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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의 침묵

Das  Schweigen der Sirenen

<세계관>

01. 2028년, 그 이후

누군가는 ‘특이점’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제2차 과학혁명’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진보를 믿는 낙관론자들은 ‘대변혁’이라 부를 테고, 오늘날의 세상에 염증을 느끼는 무리들은 ‘대재해’라고 부르겠지요. 그러나 그들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단 하나의 사실은, 2028년 5월을 기점으로 인류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 해의 그 시기에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철저하게 기밀에 부쳐졌기 때문입니다. 혹은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여느 때와 크게 다를 것 없기도 했습니다. 북태평양 어딘가에서 발견된 신 에너지원,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 유례 없이 큰 규모로 일어난 자연재해, 기타 등등, 이하 생략.

그러나, 그 수많은 일들이 모두 지나간 이후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사람은 살아갑니다.

바로, ‘돔’에서 말이에요!

2010년대에도 그랬다지만, 지금은 더욱 지상에서 살기가 힘듭니다. 변덕스럽게 널뛰는 기후나 오염물을 품은 비, 기계로 정화하기에는 지나치게 넓고 광활한 대기 같은 것들을 대체 누가 반기겠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지하나 해저에서의 삶을 선뜻 택하지 못했던 이유는 단연코 하나뿐이었습니다. 바로, 태양이지요.

 

사람의 신체는 연약합니다. 그 모든 오염에 그대로 노출되어 살기에도 그렇지만, 태양이 없는 곳에 살기에도 또한 그렇지요. 그러나 ‘제2차 과학혁명’ 이후로는 달랐습니다. UV-B 램프가 발명되면서─비록 20세기 사람들이 상상한 것과는 조금 달랐을지언정─인공 태양의 존재가 가능하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해서 2031년, 지구 최초의 인공지하도시인 이곳, ‘퍼시픽 돔’이 공식적으로 이주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북아메리카 대륙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옮겨 온 사람들이 퍼시픽 돔의 시작을 지켜보았지요. 물론 그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돔들이 곳곳에 생겨났다고 합니다. 퍼시픽 돔 행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구 전체에 도합 일곱 개의 돔들이 운영되고 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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