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의 침묵
Das Schweigen der Sirenen
<입주신고 명단>
수배자
< Fly >
나이
키 / 몸무게
분류
참여동기
38세
188cm/80kg
수배자
"간다는데...따라가야죠." 수배자들이 가는 길이니 따라간다.
“ 조용히 해줘...그나마 들리는 것도 안 들리니까. ”
[외형]
녹색 빛이 도는 검은 머리는 뿌리가 곧지만 눌려있다. 짙은 피부에 천청색 눈, 두껍게 처진 눈썹을 가졌다. 피부에 비해 눈 색이 밝아 빛을 받으면 번쩍이는 느낌을 줄 정도지만 흰자위는 불그스름한 기가 가실 날이 없다. 손에 크고 작은 흉터가 많고 얼굴에도 언제나 한두 군데는 터진 구석을 달고 다닌다. 남루하고 지쳐보여도 눈높이에서 바로 보면 썩 악하지는 않은 얼굴생김. 그래도 덩치가 좋고 눈이 멍하니 저 너머를 보고 있으니까, 지나가다 마주치면 흠칫 몸을 사리게 된다.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이스트 월사이드에서 보면 더 그렇다. 두꺼운 면직 슬랙스에 목폴라, 얇은 스웨터, 가죽점퍼에 투박한 워커. 손가락이 뚫린 거친 작업장갑을 꼈다. 결론하자면 흔하디 흔한 남루한 복장이다.
[성격]
냉소와 낙관 사이 / 덤덤한 유머감각 / 줏대없는 입장 / 무기력한 온정
세상을 냉소하는지 낙관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때로는 해봐야 되는 것도 없을 거라고 팔짱 끼고 드러누워있는가 하면, 때로는 아직 할 만 하다고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버티고 서있다. 변화가 별로 없는 표정으로 치는 농담도, 끝도 한도 없이 재미없을 때가 있는가 하면 그럭저럭 웃어줄 만한 때가 있다. 입장 같은 것은 더 줏대없어서, 주변에서 이렇다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저렇다 하면 이런가보다 한다. 대체로 무기력하지만 미미하게 온정적이어서 이득 없는 일도 해주곤 하니, 비교적 낙관적일 때 잘 꼬드겨 보면 의외로 다루기 쉬운 인간이다.
[기타사항]
- 이스트 월사이드에 오래 산 이들은 기억한다. 7년 전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갈 즈음에 돌연 나타난 스쿨버스가 쓰레기더미에 처박혀 있던 광경을. 다행히 그 안에 어린아이들은 없었고, 코와 이마가 깨진 남자가 걸어나왔을 뿐이었다. 질질 흐르는 피를 닦으며 그는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했고, 그 대가로 스쿨버스(범퍼가 좀 찌그러졌지만)를 이스트 월사이드의 집단에 공여하겠다고 제안했다. 수배자들이 발빠르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며, 버스채로 그의 신병을 인수했다. 수배자들이 바랄 때 운전해주고, 일행이 밖에서 무언가를 할 때면 버스에서 대기했다. 그는 버스와 함께 움직였고 거기서 먹고 잤다. 꼭 달팽이 같다고 보는 이들은 평하곤 했다.
- 그렇게 이 남자의 신분은 수배자가 되었으나 그 속내는 애매하다. 구역 바깥에서 수배가 걸릴 만한 반체제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는지, 버스로 주택가를 박살내 놓고 이스트 월사이드로 도주했다는 뒷이야기를 입수한 수배자들에게도 그 이름은 낯선 것이었다. 사실 수배자들의 활동에도 열성어린 동감을 보인 적은 없다. 그의 태도는 늘상 애매하고 미온적이다. 가끔 저런 의지가 있었나 싶도록 끈질기게 버틸 때가 있는데, 그 행동기준을 아는 이는 본인뿐이다.
-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할 줄 안다. 영어는 전형적인 미국 억양이다. 중국어는 따로 배운 게 아니고, 어머니가 중국계라 어릴 때부터 썼다고 한다.
- 아이들을 꺼려한다. 매몰차게 대하거나 괴롭히지는 않지만,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소름끼쳐하듯이 질린 눈을 보일 때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