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의 침묵
Das Schweigen der Sirenen
<입주신고 명단>
인장 지원입니다.
선주민
< Del Ismo >
나이
키 / 몸무게
분류
참여동기
35세
164cm / 마르고 뼈가 굵은
선주민
“차라리 바깥이 나았어. 이곳이 지긋지긋하지도 않니?” 지난 20년 간 퍼시픽 돔은 질릴 만큼 경험했다. 이 안보다 바깥에 낫다면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잖는가.
“ 뭐야, 할 말 있어? ”
[외형]
곱슬거리는 적갈색 머리카락은 위로 높이 묶고 앞머리는 눈을 가리지 않는 선에서 자라게 내버려뒀다. 표정 변화가 드문 얼굴은 대개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하기야 이런 현실이니 대수로울 일은 아니다. 왼쪽 눈 아래 두 개의 점이 나란히 보이고 고목과 같은 갈색 눈동자 위의 속눈썹이 짙다. 귀에 피어싱 자국이 여럿 있지만 착용하고 다니는 건 오른쪽 귓바퀴의 검은색 하나다. 서른 다섯이나 먹었지만 스물 후반으로 보일 정도로 동안으로 나이를 짐작케 하는 건 눈가(눈 아래) 주름 정도. 잘 먹지 않는 탓에 마른 체격이나 뼈대가 굵어 겉보기에 얕보일 정도는 아니다. 손목뼈나 발목뼈가 도드라지는 편이며 손엔 여러 상처가 있다. 그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상처는 오른쪽 손바닥을 사선으로 깊게 갈랐던 흉터다. 손을 사용하는데 무리는 없는 모양. 편하다는 이유로 검은 셔츠에 얇은 재질의 파란 야상 점퍼를 걸치고 다니며 신발은 밑창 두께가 두껍고 발목을 덮는 길이의 짙은 갈색 부츠를 신고 있다.
[성격]
사는 일이 고달픈 탓에 상당히 까칠하다. 시비를 걸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나 거는 시비를 무시할 정도로 무던하진 못해 종종 입씨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인 말로는 제 잘못이 아니라 말하나 막상 까보면 상호 잘못인 경우가 다반사다. 저 유리한 쪽으로 돌아가는 사고는 어쩌면 자신의 이기심을 포장하기 위한 용도일 것이다. 이기적이고, 그게 뭐 어떠냐는 투지만 의외로 남의 평가를 신경 쓰는 편이다. 일을 시작할 때 화력은 순간이고 금세 방전되어 버리지만 끈기는 있어 결과가 어떻든 이럭저럭 해낸다. 해냈으면 됐지, 하는 안일한 사고도 볼 수 있다. 자기 주장이 강한 탓에 남과 협력하는 일을 어려워하나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이 침묵이라는 건 나쁜 버릇이겠지만. 사회나 정부와 대립할 정도로 당찬 구석은 없어 제 처지가 어디까지 최악이 되나 두고보자 말하기도 한다.
[기타사항]
- 살기 위해 열 다섯 나이에 돔으로 숨어들었다. 그럴듯한 가족도 변변한 직업도 없으니 이스트 월사이드로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뒤로 20년이다. 열 다섯의 델은 서른 다섯의 델이 되었지만 빈털터리인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먹고 살겠다고 중개상을 자처했다.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그를 찾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몇 가지 품목에 한해서는 적절한 수수료만 지급한다면 기꺼이 판매상과 연결할 테니. 사이렌이 생기고 난 뒤 배달부 노릇도 겸하고 있다. 저 하나로 얻는 정보이기에 크진 않지만 그럭저럭 중개상 노릇을 할 정도는 되는 듯하다.
- 이스트 월사이드의 소음을 지긋지긋하게 여긴다. 항시 귀마개를 소지하며 종종 귀마개를 착용한다. 소음이 워낙 커서 큰 효과를 보진 못하지만, 차츰 익숙해졌다. 이젠 그깟 소음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지만 여전히 귀마개를 가지고 다닌다. 그가 말을 잘 듣지 못하는 것 같을 땐 귀를 보라. 귀를 꽉 틀어 막고 있는 귀마개를 볼 수 있을 테니.
- 선주민으로 막 돔에 들어왔을 땐 떠돌이 악사 행색이었다. 그 당시 델은 머리를 풀고 있었고 한 손엔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다녔다. 제가 작곡한 곡이라며 바이올린을 켜고 그 대가로 근근이 살아가던 때였는데, 어느 순간 머리를 묶고 다니기 시작했다. 긴 머리카락을 반토막을 내놓고 말이다. 바이올린은 어쨌냐고 물으면 저 혼자 하는 말로 중개상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팔아치운 물건이라 하는데, 가끔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아직 가지고 있는 듯하다.
- 환경이나 음식에 호불호를 표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지 않다. 그럼에도 말해보면 커피나 잼 바른 비스킷을 좋아하고 물렁물렁한 쿠키를 싫어한다. 여느 사람들이 그렇듯 푹신푹신한 잠자리가 좋고 깔끔한 옷가지를 원하지만 넓은 공간은 바라지 않는다. 딱 제 한 몸 뉘고 생활할 공간이면 족하다. 경계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사람과 멀어지진 않는 편이다. 입씨름을 하면서도 곧잘 말을 거니 외로움을 타나 싶지만 영 모를 일이다.
- 영어는 능숙하지만 중국어로 말할 수 있는 건 짧은 욕설이나 요청 정도로 퍼시픽 돔에서 지낸지 벌써 20년이지만 영 발음하기 어려워한다. 물론 듣고 이해할 순 있다. 델이 처음 퍼시픽 돔에 들어왔을 때 어린 델을 도와준 어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던 덕에 델도 고작 몇 달만에 자주 사용하는 어휘나 욕설은 듣고 이해할 수 있는데까지 발전했다. 그 어른이 사고로 죽은 뒤 델은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델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한 건 그 뒤로 한달 쯤 뒤였고 그때부터 중개상을 하겠다며 나섰다. 그날을 기점으로 경계심이 조금 짙어졌다는 것 외에 성격적 변화는 없다.
- 손의 흉터는 중개상 일을 하다 얻게 된 상처다. 상처가 깊어 한동안 손을 움직이기 어려웠지만 다 낫고 난 이후에는 흉터만 크게 남았을 뿐 움직이는데 문제 없다. 애초에 왼손잡이였으니 오른손이 다친 건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다만 그 뒤로 말싸움이 아니라 몸싸움이 번질 조짐이 보이면 한 발 물러서는 쪽이 되었다. 민첩하긴 하나 남과 맞설 정도로 강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치고 나서 다음날 훌훌 털어버릴 정도로 대단한 회복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몸을 사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