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의 침묵
Das Schweigen der Sirenen
<입주신고 명단>
토박이
< Carus >
나이
키 / 몸무게
분류
참여동기
18세
176cm / 평균-2
토박이
이런 데서 평생 썩다 뒈질 순 없지…
“ 신경쓰이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젠장, 이거나 가져가! ”
[외형]
희게 내려앉은 은발은 대충 정리해서 삐죽 튀어나와 있긴 하지만 곱슬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생머리다. 탁하고 흐린 양쪽 눈은 보는 사람 기준 왼쪽은 푸른색, 오른쪽은 녹색 빛을 띤다. 시력이 좋진 않은지 늘 어딘가에서 주워 온 듯한 안경을 쓰고 있는데, 눈에 잘 맞지 않는지 늘 인상을 쓰고 사물을 보며 그마저도 안경알이 깨져 있어 테이프로 간신히 고정해 두었다.
잘 보면 단정하고 언뜻 청렴한 학자처럼도 보이는 생김새지만, 늘 인상을 팍팍 쓰고 있는 데다 표정이나 태도도 영 좋지 않아 그런 티가 잘 나지 않는다. 거기에 늘 상처를 달고 살아서, 당혹감이나 걱정을 사면 샀지 호감을 사진 않는다. 상처는 얼굴부터 팔다리, 손 등 다양한 부위에 많은데 특히 손이 그 정도가 심하다. 용케도 가져다 붙이거나 싸맬 걸 가져와서 대충 처치하고 사는 모양.
[성격]
늘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상을 찡그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고, 실제로 언행이 거칠다. 예민하고 툭하면 화를 낸다. 자기 주관은 뚜렷하지만 솔직하지 못하다. 그런 주제에 잔정은 많고 쉽게 타인을 용서하는데다 태도는 거칠어도 너그럽게 굴 줄 안다. 거기다 곤란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질 못해서, 조금만 눈앞에서 얼쩡거리면 귀찮게 굴지 말라며 짜증을 내지만 말 안 한 것까지 죄다 챙겨주는 타입.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하는 거다.
비등점이 낮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없으며, 자신이 누군가에게 해를 입어도 딱히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물론 노발대발 화를 내긴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이스트 월사이드에서 살아가는 이상 이런 일 저런 일 있는 거라고 하지만, 그냥 누군가를 미워하고자 싶은 마음이 딱히 없다. 차라리 자기 자신이나 중요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의외로 건전한 타입. 그에게 다가가는 건 어렵지 않다. 평범하게 호의를 보이면 된다.
첫인상은 그렇게 보이지 않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덜렁이. 자주 실수를 연발하고 그럼 당황해서 헛손질을 곧잘 한다.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상처가 많은 것도 혼자 넘어지거나 어디 부딪히거나 손을 베여대서 그렇다. 특히 책을 넘기거나 종이를 다룰 때 자주 베인다. 물건도 잘 떨어뜨리고, 가방에서 물건도 자주 흘린다. 그리고 그때마다 혼자 마구 화낸다. 물론 성격이 좋지만은 않기에, 시비에 휘말려서 싸우는 일도 없지는 않다. 덕분에 맷집도 좋고 나름대로 주먹질도 할 줄 알지만, 본인 왈, 그런 소모적인 짓에 시간을 허비하는 걸 좋아하지 않다며 그런 상황은 적당히 피해 다닌다. 굽히지 않는 성격 탓에 가끔 크게 싸우는 경우도 있긴 하다. 누가 봐도 맞은 상처가 있다면 그런 경우.
툭하면 노발대발 화내지만 금방 이성을 되찾는 편이며, 객관성을 잘 유지하고 관찰력이 좋다. 무엇이든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어떤 경우에도 본인이 직접 확인해 판단하고자 한다.
[기타사항]
- 이스트 월사이드에서는 그리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 독서광. 그가 독서광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살고 있는 곳이 이스트 월사이드의 판잣집 중에서 그나마 가장 책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가 어릴 적부터 혼자 판잣집을 올리고 구하기 힘든 2028년 이전의 책들을 구해 온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그를 거둬 기른, 지병이 악화하여 죽은 마가렛이라는 여성의 것을 물려받은 덕분이다. 그는 돔이 개방되었던 2030년대 어느 날 입주를 거부당하고 이스트 월사이드까지 흘러 들어갔는데, 직업 특징이었는지 특이하게도 책이 가득 든 트렁크를 둘이나 끌고 있었다고 한다. 마가렛은 이스트 월사이드에 정착해 가져온 책을 위안 삼아 살아가다가 버려진 카루스를 주워… 무력감에서도 벗어나고 일거리도 만들 겸 길렀다. 마가렛의 거처는 책을 가져다 두기 위해 다른 판잣집보다 조금 더 넓었는데, 용케도 지형을 잘 골라 아래로 조금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덕분에 아래에 틀어박혀 있으면 이스트 월사이드의 소음에서 조금이나마 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카루스는 토박이치고는 청력 손실이 덜하고 청력 의존도도 높은 편인데, 카루스가 소음에 짜증을 부릴까봐 걱정한 마가렛이 머리에 수건 같은 걸 귀를 감싸도록 둘둘 둘러두기도 했다고.
- 이제는 죽은 사람이지만, 어릴 때부터 부대끼고 자라온 탓에 마가렛에게는 많은 영향을 받았고 깊은 유대를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가족이라기엔 담백하지만, 이 이스트 월사이드에서 보호자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자신이 운이 좋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감사히 여긴다. 마가렛이 고이 간직해 둔 책은 물물교환에 쓰기도 하고 아주 드물게 도둑맞기도 했지만(정말 놀랍게도, 자신은 이미 기억하는 이야기니 읽고 마음에 들어 해 주면 됐다는 스탠스를 취한다. 하지만 빡치는 건 빡치는 거라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이스트 월사이드에서는 많이 가진 편이다. 유년 시절부터 수 없이 읽어 댄 탓에 거의 외우고 있어 빌려달라면 선뜻 빌려주기도 한다. 그런 괴짜가 있다면. 종종 이스트 월사이드에 흘러들어오는 활자 매체에도 관심을 두긴 하지만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값어치가 높거나 주인이 있으면 의외로 쉽게 포기한다. 하지만 읽을 수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포장재로 쓰인 무언가 쓰인 종이를 가져가거나 종종 다 찢어져 페이지가 섞이거나 심하게 구겨진 것처럼 바로 읽기 어려운 건 읽을 기회를 주는 조건으로 정리해 주곤 한다.
- 인공지능 '사이렌'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한 2040년에 태어나, 토박이 중에서는 맏이에 속한다. 다른 토박이들을 가족처럼 여기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어떤 유대감 정도는 있는지 다른 토박이들에겐 조금 더 너그럽거나, 읽던 책도 흥미를 보인다면 별말 없이 넘겨주곤 한다. 거주하는 곳에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많아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토박이들과는 좀 더 잘 알고 지내는 편. 그를 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 때나 찾아가도 진짜 화내진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 그가 책을 덮고 돔을 탐색하기 위해 나왔을 때는 의외라고 생각한 자도 있을지 모르지만, 뚱한 표정이어도 눈은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좋아하는 책들을 엄선해서 가방에 넣어 왔다. 다만 종종 지퍼를 잠그는 걸 까먹어서 후두둑 흘린다.
- 수어 뿐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 둘 다에 능하지만 보호자의 영향으로 영어를 좀 더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중국어는 말보다는 읽기에 능숙하다.